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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

벨기에(유럽)에서 깻잎을 먹기 위해서는

벨기에(유럽)에서 깻잎을 먹기 위해서는

|Fujifilm x-t1



벨기에에서 깻잎을 먹기 위해서는?


1. 직접 재배한다

2. 독일마켓에서 온라인 구매 (매번 있는 건 아니고 여름에 구할 수 있는 것 같다)

3. 독일에서 농장하시는 분이 브뤼셀 근처에 오셔서 파신다고 한다. (차 타고 가야해서 안가봤다)




마트에서 1.5유로 정도 하는 작은 화분의 민트를 사오면 한달 이내로 길게 먹을 수 있다.

물을 주면 자른 곳 위로 다시 새싹이 돋아나기 때문에 물주기 나름, 관리 하기 나름.


독한 보드카와 토닉워터, 설탕과 민트, 라임 2개 분량으로 맛있는 모히토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정말 사먹는 맛이다.



깻잎 얘기하다가 민트로 샜네.

루벤에 오자마자 독일 온라인 한인마트에서 이것저것 살때에는 깻잎이 없었다.

Y언니에게 깻잎 씨를 받아 화분도 사고 흙도 사서 심었는데, 새싹이 나질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가 지나도 새싹은 자라지 않고 더워져서 그런건지 흙때문인건지 날파리가 많아졌다.

그러다 액젓도 살겸 독일 온라인 한인마켓에 들어갔는데 깻잎과 부추를 파는 것이 아닌가..신나서 바로 주문했다.

어떻게든 먹고야 말겠어!!!!



깻잎을 기다리는 사이 오빠를 통해 알게 된 지인 분 댁으로 축구도 같이 볼 겸 놀러갔는데,

정말이지..베란다가 깻잎 천국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씨가 아닌 모종을 얻어왔다.





깻잎과 같이 미나리도 얻어왔는는데 당장 심을 흙의 양이 없어서 급하게 심어놓았다. 죽으면 안돼..

벨기에에서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것들. 거의 5-6개월만에 깻잎향을 받았는데 마약같았다. 이렇게 향기로울수가 없어.


그런데 미나리는 원래 물에서(?) 자란다고 해서 자른채로 물에 넣으면 뿌리가 난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점점 죽어갔다.





다음 날, 미나리가 더 죽기전에 빨리 심어야 할것 같아서 급하게 흙도 사왔다.





제발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물도 정성스럽게 주었다. 내가 깻잎이랑 미나리를 바라 보기만 해도 행복해 할 줄이야.

늘 당연히 먹을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게 아닌 것이 되어버리니 이렇게 간절해진다.





그런 내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미나리는 죽었다.





그냥 죽기전에 먹을걸..하고 후회하면 뭐해.

다행이도 깻잎은 물을 잘 주니 살아난다. 제 힘으로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주문한 깻잎과 부추가 도착했다.

깻잎 상태가 엉망이긴 했지만 둘다 깨끗하게 씻어서 당장 먹을것과 냉동실에 넣을 것을 소분했다.

5-6개월 만에 깻잎으로 뭘 먹을까 하다가 우선 닭갈비를 해먹으려고 한다. 부추는 부추전.


잘 자라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귀찮아질 정도로 자란다는데 빨리 그랬으면 좋겠다.

귀찮을 정도로 깻잎이 먹고 싶다.






깻잎 모종을 주신 지인분 댁에 한국 책도 많아 6권이나 빌려왔다.

루벤에 있는 도서관에 한국 책이 꽤 있다고 하는데 아직 가보질 못했다.


책도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는 언제든지 보고싶은 것을 볼 수 있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 없다.

무라카미하루키의 태엽감는새를 1권만 보고 말았는 걸. 



언젠가 한국에 돌아가게 된다면 그때는 또 한국에는 없는, 루벤에는 존재하는 것들이 간절해질지도 모르겠지.

아니 그럴지도가 아니라 그렇겠지. 그러니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들을 소중히 대해야만 한다.


그나저나 반년 만에 먹는 깻잎 맛은 어떨까. 신난다.







이 글을 쓰고나서 하루가 지난 6월 29일.


혹시 몰라 물 속에 넣어서 그늘진 곳에 둔 미나리를 잊고 있었는데 오빠가 하나가 뿌리가 나왔다고 해서 보니 정말 뿌리가 나왔다.

뿌리가 조금 더 나면 촉촉한 흙에 매일매일 물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주며 키워야 겠다.

설마 설마 했는데 뿌리가 나오다니 정말 신기해!!


미나리 잔뜩 자라면 조개탕에 넣어 먹고야 말겠다는 이 부푼 기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