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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람

설악산 겨울산행

편-린 2017.11.16 15:12

설악산 겨울산행

fuji xt-1, 2017-02-25~26






1월의 마지막과 2월의 시작이었을까.

4일 연속으로 클라이밍을 무리하게 강행해서인지 몸이 닳고 닳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늘 파란색(클라이밍)으로 채워져있던 나의 캘린더는 어느새 자주색(약속)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2월 넷째주의 설악산 산행을 제외하고는.


늘 초록색(산행)의 일정이 주말내내 빼곡했었던 것을 보면 행복했는데..


사실, 작년 12월에는 겨울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소백산을 만나 꽤 만족을 했었고

1월의 설악산 산행에서도 엄청난 눈을 만나서 더 이상 바라는게 없었다.

이정도면 만족해. 너무 사랑스러운 겨울이었어- 라며.



그런데 아마도 그건 

산이 그렇게 그렇게 미칠듯이 좋다면서 고작 한달에 한두번 산에 가는 내 자신에 대한,

포장과 핑계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 어찌할 수 없었던 일들이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고 해도

나는 그것이 포장과 핑계였다고 나를 질책하고 싶다.




뭐. 어찌됐든. 겨울은 끝이 아니었어.

고요한 새벽의 정적을 깨고 설악산으로 향하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는 것만 기억하고 싶다.


한계령대피소에서 먹은 잔치국수는 참 맛이 없었지만.

늘 산행은 옳다.


혼자도 좋고, 산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더.







아.


마지막 겨울을 보내야 했던,

설악산 산행을 다시금 꺼내봐야겠다.











예상치 못한 시간이 생겨서 잔치국수를 먹었다.

잔치국수를 싫어하는데 (비빔국수는 좋아) 딱히 먹을 것도 없었고, 라면은 질렸고.

그래서 싫어하는 음식을 시켰다. 정말 격하게 배를 채우고만 싶었나보다.

예상대로 몇젓가락 들지 못했다.












나는 왜 2월 마지막이 춥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그것도 설악산인데.

생각지도 못한 추위에 놀랬지만서도 따듯한 햇볕 덕분에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참 좋아하는 한계령. 처음 설악산을 만난 것도 이 길이었다.

혼자서도 걸었던 길.


일행이 처음 설악산에 오르는 거라 꼭 한계령으로 오르고 싶었다.

분명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좋아하는 나무. 여전히 잘 지내서 기쁘다.

끝청 근처의 나무는 이제 볼수가 없어서 너무 슬펐는데..


우리 꼭 오래오래 보자. 자주 만나러 올게.

아프지마.
















산행은 늘 힘들다.

지치고, 숨차고, 처진다.


한계령에서 한계령삼거리까지는 꽤 비탈진 길이지만,

이상하게 좋다. 





















그리고 한계령삼거리에서 만나는 이 뷰도, 사랑하지 않을수가 없다.

저 멀리 보이는 대청봉과 아름다운 내설악.


분명 누군가, 시계가 정말 좋은 날엔 서북능선에서 금강산이 보인다는데 진짜일까?

그 말이 뇌리에 박혀서 항상 이 곳에 오르면 생각이 난다.


진짜라면 꼭 한번 보고 싶은데.













한계령 삼거리를 지나 능선을 타고 끝청으로 향하는 길에는, 꽤 거친 바람이 불었다.

허기가 져서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고 스프를 먹었다.


선물받은 스프인데, 미리 사놓은 스프를 먼저 먹느라 이제서야 먹네.

고맙고, 또 그리운 사람이랄까. 그립다는 참 이상하지만.

잘 지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그리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사람.


























저 멀리 보이는 가리봉과 주걱봉도 참 궁금하다.

올해에는 꼭, 꼭 서북능선을 만나고자 다짐했다.


그렇게 힘들다는 귀때기청봉이 너 이자식.. 내가 금방 만나러 갈게..

































































중청대피소에 다다랐을때 스프와 초콜릿 말고는 먹은게 없어서 꽤 허기졌었는데,

중청대피소에서 주무시는 산님들께서 가시는 길에 자리잡아 한잔하고가~ 하시길래 바로 아싸 넵! 했는데

연태고량주를 꺼내셨다.. 그리고 양념볶음멸치.


배가 고파서였는지 둘다 얼마나 맛있던지,

중청대피소에서 주무시는게 은근히 부러운 순간이었지만, 그뿐이었고.

가야 할 길이 더 멀기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대피소로 향했다.


10시가 조금 넘어 산행을 시작했는데, 대피소에는 4시쯤 도착했고 (평균 시간은 모르겠다)

잠시 쉬었다가 짐을 두고, 대청봉으로 향했다.














그런데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으로 향하는 길에는

매서운 바람과 추위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바보같이 플리스자켓을 배낭에 두고 왔는데 돌아가기엔 늦었고,

바람에 떠밀려 옆 철망에 부딪힐 만큼, 또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매서웠다.

바람때문인지 아까 먹은 연태고량주 때문인지 머리 한쪽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래도 그 미칠듯한 바람을 뚫고

대청봉에 처음 오르는 일행의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나는 굳이 찍지 않으려고 했지만 일행이 찍어준다기에 카메라를 넘겼으나











? 그러길래 안찍는다고 했는데..
















다시 중청대피소로 돌아와

"와 진짜 춥네!"

"와 진짜 대박이었어!"

"와 진짜!"


와 진짜를 연발하며 몸을 녹이고

다시 배낭을 멨다.


처음 설악산을 만나는 일행에게 대청봉을 일출을 보는 것도 참 중요했겠지만

소청대피소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소청대피소를 예약했다.


이 시간에 일몰을 보며 소청대피소로 향하는 것도 참 좋았고.

뭐 대청봉 일출은 얼마든지 볼테니까.

























그렇게 소청대피소에 도착했을 즈음엔, 어김없이 노을진 용아장성이 펼쳐져 있었다.


추웠는지 초점을 제대로 잡은 사진은 남아있질 않지만, 

눈에 덮여 소청대피소의 벤치는 사라졌지만,

내가 소청대피소 앞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행복했다.


소청대피소를 만난 후부터는 설악산에 올때면 늘 소청대피소를 예약한다.

대청봉 일출보다 소청대피소에서 느즈막히 일어나 맞이하는 아침이 더 좋다.













취사장은 역시나 인산인해였다.

겨울에는 취사장에서 먹는게 가장 최고이긴 하지만, 나는 역시나 취사장이 싫다.

사람이 많은 취사장은 수십가지의 음식냄새가 섞여 알 수 없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뭐 어쩔수 없는 상황이지만, 가능한 취사장을 피해서 저녁을 먹고는 한다.


마침 취사장이 만원이라, 직원분께 양해를 구하고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매점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일행이 가져온 부채살에 와사비를 올려 먹었는데.. 아


아 잊을수가 없네.

술이 그냥 술술 들어가던 밤.


돼지고기도 챙겨왔지만

소고기와 김치찌개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불러 먹지 않았다.










중간에 나가서 별사진을 찍고자 했는데,

동상 걸릴 것 같아서 이 사진 하나 찍고 들어왔다.


도대체 뭘 찍고자 한 것인가.














그리고 후식으로 먹은 커피.


드립포트를 챙겨올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상 이상인 사람이다.


아 지금 생각해도 웃겨서 웃음이 나오는.

덕분에 참 맛있게 먹었다. 그것도 처음 맛보는 원두여서 더 좋았던!








그렇게 먹는 것은 마무리 하고 대피소 소등이 되고,

잘 준비를 하고 노닥거리다가 잠에 들었다.


내일 일출엔 관심없다는 듯이 쿨하게 말했지만 일출시간 20분전에 알람을 맞춰놓았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창문밖을 보고서 '오늘 일출은 글렀어.'라는 확신이 들고나서야

다시 자리에 누워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는 것.


그게 내가 가장 베스트하게 소청대피소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방법이다.

내가 소청대피소를 사랑하는 방법.












베스트했던 아침.
















7시쯤 취사장에 자리를 잡고 아침을 먹었다.

비비고 육개장과 소주로 시작해 라면과 맥주로 입가심하고 핸드드립 커피로 끝난 아침.

먹느라 사진을 한장도 찍지 않았다는 사실을 사진을 정리하면서 알았다.



7시쯤 아침을 먹기 시작해 먹는 것을 마무리 한 시간은 10시.

3시간동안 먹고 먹고, 직원분들께도 핸드드립 커피를 나누어 드리고

마침 올라오셔서 허기를 채우시던 산님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려가는 거? 뭐 어떻게든 내려가겠지. 내려가면서 걱정해야지.



아 좋다.

소청대피소 짱짱 좋아!

















내사랑 소청대피소 벤치는 눈에 뒤덮여 보이지 않았지만,

서서라도 노래를 들어야지. 용아장성 바라보면서.


소청대피소에서는 꼭 주윤하의 Kind를 듣는다.

따듯한 봄날이었을까. 혼자 소청대피소 앞 벤치에 앉아 스무번도 넘게 들었던 기억이 있어

내게 주윤하의 Kind는 곧 소청대피소가 되어버린것 같다.















정말 미칠듯이 아쉽지만 우리 안녕해야 해.

정말 미칠듯이 슬프지만.























백담사로 내려갈까 생각해봤지만, 천불동 계곡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다시 400미터를 올라왔다.

아침에 먹은게 많아서 그런지 처음부터 힘들어 죽을뻔 했다.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에서는 썰매를 타고 내려왔다.

스패치를 했어야 했는데, 배낭에 고이 모셔두기만 했다.


중간에 스틱이며 물통이며 화장품이며 모두 날려 버릴 뻔 했지만,

엉덩이뼈랑 안녕해야 할수도 있었던 순간도 만났었지만 -


참 웃음이 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10시 조금 넘어 소청대피소에서 출발했는데, 희운각대피소에 12시쯤 도착하니 배가 고프다.

아침에 3시간 내내 그렇게 먹어놓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리를 잡고 짜장을 데우고 삼겹살을 굽는다.

산장에서 남은 소주라며 산님께서 주신 소주를 꺼냈다. 먹다보니 또 한시간이 흘러버린..



아 행복행

이 정도면 그냥 산 때문이 아니라 이거 먹으러 산에 온다고 해야하는 것일까 싶다.





















사진은 없지만 양폭대피소에서는 초코파이를 먹었다. (왠지 말해야 할것만 같은)



그러고보니 참 오랜만에 만나는 길.

한동안 소청대피소와 백담사 코스에 빠져 등한시 했었던 길.


이렇게 다시 만나니 참 기쁘네.












비선대를 지나 드디어 소공원에 도착했다.

일행과 자리를 잡고 해물파전과 산채비빔밥, 그리고 옥수수 막걸리를 먹었다.


아 행복행..

행복행 행복행



죽이 척척 잘 맞아서 산행 내내 즐거웠던,

커피포트까지 챙겨와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준 일행에게 고맙단 말 전하고 싶다.









안녕 소공원. 한 달만에 다시 만났네.



따듯한 라떼를 들고 7번 버스를 타서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한다.

왠일인지 버스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대형택시를 탄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택시 안에서의 기분은 참 이상해.

빨리 집에가서 씻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지만 돌아가고 싶지가 않아.

힘들고 아쉬워. 






우린 언제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더 이상 네게 바라는게 없으니, 우린 또 다시 만나게 되겠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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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슬이 글만 봐도 제가 설악산 산행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겨울산행을 준비중인데 많은 도움 얻고갑니다♡ 2018.10.24 00:38 신고
  • 프로필사진 편-린 감사합니다아 : ) 2018.11.05 04: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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